친환경 청첩장, 리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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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포장마차의 주인 아줌마의 이야기가 자본주의의 시스템을 다시 한 번 곱씹게 하다.
기업이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어려워진 것일까? 에코디자이너는 무엇을 해야할까?

사무실 근처에 있는 가끔씩 들르는 떡볶이 포장마차.
쓰레기 분리수거하는 곳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압구정 한복판 귀퉁이 학원가에 자리잡고 있는 이 포장마차의 주 고객은 고등학생들.

이 곳에서 떡볶이 한 접시를 먹고 있자면 종종 고급승용차가 한 대 멈춰섭니다.
뒷 창문으로 한 학생이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주문을 합니다.
"아줌마 떡볶이랑 뭐뭐요. 빨리주세요~"
거스름돈은 받아가지도 않은 채 유유히 사라집니다.

떡볶이 집 아주머니는 이야기합니다.
"나도 저런 아들이 있는데... 학원보내고 싶어도 못보내는데.. 참 부럽네."
그 분의 한숨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스스로 패배하였다는 뉘앙스를 풍기면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으려 하는 듯 들렸습니다.
아주머니는 아들을 학원에 보내기 위에 어디서, 어떻게 일해야 할까요?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일을 "제대로 실행" 할 수 있을까요?

사무실에 들어와서 잠시 생각에 빠졌습니다.

최근에 통용되는 사회적기업의 의미를 문득 다시 떠올려봅니다.

저는 에코디자이너이고, 또 에코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사회적 기업에 대해 연구하고 실험하고 있는 과정 속에 있습니다.

저는, 저희는 무엇을 해야할까요?

기업의 책임이라는 것이 "지속가능"이라는 개념으로 기업의 후천적인 유전자처럼 자리매김 된 요즈음입니다.
이런 와중에,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자본주의 경제의 부조리한 결과를 고치는 "사후관리" 차원의 공익사업이

새로운 방식의 정의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회적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사후관리가 목적에 있는 사회적기업은 그 명분은 공감할 수 있다 하더라도

장기적이거나 완전한 해결책은 되기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

또, 소외계층 일자리 창출 등 좋은 시도도 많습니다만,

피고용자에 대한 편견과 갑과 을의 전통적 체계를 그대로 내버려두고

그저 새로운 노동상품을 만들어내는 것만으로 과연 '사회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사회적기업이라는 타이틀로 자본주의 시스템과 꼭 닮은 또 하나의 노동상품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기업과 피고용자간 협업을 통해, 함께, 공동의 "나눔"의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기업의 방향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기업에서는 시간이 곧 이윤인데,

"나눔"에 투자된 시간이 비용으로 발생하기보다는 사회적 이익으로 환원될 수 있을까요?
고용자, 피고용자, 소비자 모두 에코디자인을 통한 이윤 추구가 가능할까요?
그러면서도 지속적으로 친환경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요?

자본, 마케팅, 사후관리가 필요하지 않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으면서도

나눔의 진정한 뜻을 실천해 볼 수 있는 기획을 지속적으로 해보고 싶습니다.

압구정에서 마주치는 떡볶이 포장마차에 저희 동료들과 진행했었던 작업 하나를 소개해 드립니다.

저비용의 극단을 달리면서도 ^^; 유쾌함을 지향하는 정크아트(Junk Art) 재능기부였습니다.

폐품을 이용해 메뉴 만들기

메뉴를 정석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웃음을 유발시키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고객층인 학생들의 시각에 정말로 단순한 호기심을 유입시켜 기억이나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지요.

총제작시간 : 5분 남짓.
총제작비용: 0원.

사용 후 폐기 직전인 제품을 재활용하여 만든 메세지 기구

학생들이 음식을 먹으며 간단히 볼수 있게 만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호기심을 유발시켜 들여다 볼수 있게끔 했습니다.

오른쪽 막대를 뒤로 밀어서 구멍을 들여다보면 나뭇잎이 보입니다.

"자연은 늘 가까이 있어 중요성을 모르고 있다." 라는 메세지를 주고 싶었습니다.

총제작시간 : 20분 남짓.(퇴근 후 생각 15분 + 제작시간 5분)
총제작비용: 0원.

지나가는 소식에 의하면, 이후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몇가지 미술품을 만들어 놓았다고 합니다.

서로 경쟁하듯이 너무 많이 만들어놔서 전부 집으로 가져갔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과정으로 빚어진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처음, 마치 놀이하듯 시도해봤던 정크아트는

점심시간 등 막간을 이용해 제작했기에 형태는 참 어설프기 그지없고, 엉망었습니다만,
더욱 많은 기업에서 단 5분씩만 재능기부를 해도,

사진에 나온 것보다 훨씬 우수하고 재미있는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압구정 일대의 포장마차가 함께 만드는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재창조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비용, 시간 등에 구애 받지 않고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너무도 익숙해진 단어에서 벗어나
기업이 행해야할 진정한 사회적 목표란 무엇인지 자꾸만 생각해보게 됩니다.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DNA가 현재와 미래, 원인과 결과를 구분 짓기보다

그 과정 자체가 실질적 나눔이라는 행위를 통해 다가간다면

모두가 더 행복하고 더 많은 풍요를 공유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나눔, 공존의 의미를 "결과적" 구조가 아닌

"과정"을 목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에코 피플이 나아가야할 올바른 방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에코피플 소개

송재훈. 현재 에코 디자인 회사 "리프아트", "리프 프로젝트"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관련 비즈니스 기업이나 개인들이 늘 똑같이 결과를 보고 시스템 탓을 합니다.

그 결과를 보여주는 데만 급급하고 있던 것이 답답했습니다.

생각의 소스를 찾아서 가슴으로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성적 논리를 따지기 전에 진짜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일을 행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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